[팩트신문 = 이상혁 기자]
각종 지역 행사나 기념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기관장 등의 도착에 맞춰 펼쳐지는 과한 의전과 대접이다. 행사장 입구에 깔리는 레드카펫, 안내받는 자리, 행사 시작 전 이름이 호명되며 받는 박수. 이러한 의전의 이면에는 정작 더 배려받아야 할 시민들이 소외되고 있다.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 국가유공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이 행사들이 때로는 불편함의 연속이 된다. 행사장 주변의 주차장은 기관 관계자 차량으로 가득 차고,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통로는 구조물로 막혀 있으며,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그늘 없는 대기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시민을 위한 행사'라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시민은 뒷전이고, 주요 인사에 대한 배려만 앞세운 구조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의전은 행사 운영의 일환일 수 있지만, 그것이 과도하게 치우치면 목적이 흐려진다. 지역민과 함께하기 위한 자리라면, 그 첫걸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열린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름값을 내세운 좌석 배치보다, 이동이 불편한 시민을 위한 배려가 먼저이고, 인사말의 길이보다 더 중요한건 시민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다.
행정기관은 물론, 시민단체와 주최 측 모두 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행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공 행사'가 될수 없다. 의전은 축소하고 시민을 향한 배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겉치레가 아닌 본질에 집중하는 변화가, 진정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각 시나 군의 단체장과 주요 기관장, 국회의원 등 그동안 과한 의전을 받는 자리에 있어 온 이들이 먼저 행동에 나서기를 바란다. 본인의 방문 일정이나 참여 행사가 있을 때, 미리 '과한 의전은 사양한다'는 입장을 공문이나 간단한 메시지로 밝히는 문화가 시작된다면, 그에 따라 행정기관과 주최 측도 자연스럽게 과잉 준비를 멈출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의전의 악습을 끊기 위해서는, 바로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의 자정 선언이 절실하다. 시민이 주인인 자리라면, 시민을 앞세우는 용기 있는 결단이 이제는 필요하다. 그런 작은 변화의 선언이 한사람 한사람의 소신에서 시작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