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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설

[사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팩트신문 = 이상혁 기자]

사설: 구미시(갑) 前국회의원 심학봉

 

오늘 판교에 볼일이 있어 가던 길에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 앞에 서 있다보니 문득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쟁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산업부 소관 기관인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제가 근무할 당시에는 양재에 있었는데, 판교로 옮겨 이렇게 자리를 잡았네요.

 

저 역시 산업부 재직 시절 반도체산업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협회 앞에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선 국가 차원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전력·용수 등 인프라 계획이 포함된 기본계획과 실행계획에 따라 추진 중인 사업입니다. 수도권 집중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가치 충돌 속에서도 정부가 결론을 내리고 진행하는 만큼, 큰 틀을 바꾸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이전 절대 불가’라는 전제만이 답일까요?

 

성경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의 것으로”라는 말이 있듯이 신의 몫 이외에는 누구나 자기 몫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용인은 용인대로, 새만금은 새만금대로, 그리고 구미는 구미대로 역할을 나누는 방식은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용인은 고급 인력과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전공정 분야에 집중하고, 구미는 이미 조성 중인 반도체 특화단지를 기반으로 소재·부품·장비, 패키징, 실증 분야에 강점을 살린다면 산업 측면에서도,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상생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하나는 ‘조성 방식’에 대한 고민입니다.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를 한 곳에 집중하는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자연재해나 사고, 국가적 안보 위기에는 취약할 수 있습니다.

 

‘집중형’에서 ‘분산형·네트워크형’으로 시야를 넓힌다면 용인과 구미가 서로 보완하며 시너지를 낼 여지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추진 주체’에 대한 생각입니다.

 

결국 세상일은 구조나 명분보다 누가 책임지고 시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누가 앞장서 결단하고, 누가 먼저 위험을 감수하며 길을 여느냐의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고, 누군가는 분명히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미는 이미 한 차례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2019년, 엄동설한 속에서 SK하이닉스 유치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그 실패는 준비되지 않은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분명한 전략과 설득 논리, 중앙과 산업계를 잇는 인맥, 그리고 지역 내부의 결집력이 함께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이미 나누어 준 사탕을 다시 나누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은, 치열한 설득과 결단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나날이 성장하는 분당·판교를 떠올리며, 반대로 자꾸만 작아지는 구미공단이 겹쳐 보였습니다. 돌아오는 길, 계절의 봄은 왔건만 아직도 마음의 봄이 느껴지지 않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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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

기본과 상식에서 벗어나면 전부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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