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신문 칼럼= 이상혁 발행인]
공원은 시민 모두가 숨쉬는 허파이자 공유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이어야 함에도, 오늘날 우리 곁의 공원은 몰염치한 카라반족의 '사유지'이자 지자체의 무능한 '방치지'로 전락했다.
앞서 두 차례나 칼럼을 통해 공공 자산의 사유화 문제를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건만, 돌아온 것은 실효성 있는 조치가 아니라 행정의 단절이라는 실망스러운 소식뿐이다.
인사이동이라는 명목하에 전임자의 업무 이력을 백지화하고, 이미 수차례 진행 하겠다던 계고 절차를 다시 처음부터 밟겠다는 지자체의 답변은 지역 행정 시스템이 얼마나 나태하고 비효율적인지를 자백하는 꼴이다.
행정은 담당자의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지속되어야 한다.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누적된 불법의 역사가 지워지는 것이 아님에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로 불법 주차의 수명을 연장해 주는 행태는 명백한 책임 회피이며 직무 유기다.
이는 업무 숙지의 미숙함이 아니라, 갈등을 회피하려는 보신주의와 민원인과 시민을 기만하는 관료주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카라반 차주들 역시 이러한 지자체의 허점을 비웃듯 공유지를 제집 마당처럼 점거하며 시민들의 경관권과 휴식권을 강탈하고 있다. 특히 주차를 넘어선 취사나 오물 투기 등 막무가내식 야영 활동까지 서슴지 않는 행태는 레저가 아니라 공공성을 파괴하는 폭거에 다름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다. 불과 며칠 전 인근에서 대형 화재로 번질 뻔한 아찔한 산불이 발생했음에도, 불법카라반의 불법 야영 활동을 지속하며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자체가 인사이동을 핑계로 행정 절차를 공전시키는 동안, 공원은 화재의 위협과 무질서가 공존하는 무법천지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공동체의 안전과 불편을 담보로 삼는 이기주의가 산불의 공포 속에서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 고질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더 이상 '계고'라는 이름의 종이쪽지를 붙이는 퍼포먼스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실제로 계고의 행위자체도 없었음). 지자체는 인사이동과 관계없이 즉각적인 처분이 가능하도록 민원 이력을 통합 관리하고, 반복되는 무단 점거와 불법 야영에 대해서는 행정대집행을 포함한 강제 견인 조치에 즉각 나서야 한다.
또한 공원 입구에 높이 제한 시설을 설치하거나 진입 차단봉을 강화하는 등 물리적인 차단책을 병행해야 하며, 조례 개정을 통해 공원 내 장기 방치 차량과 불법 야영에 대한 강력한 과태료 부과 및 즉시 견인 근거를 구축해야 한다.
법의 사각지대 뒤에 숨은 이기주의와 순환보직 뒤에 숨은 무사안일이 결탁할때 공공의 가치는 무너진다. 행정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지자체의 집행력은 시민의 신뢰를 갉아먹는 허울뿐인 권고에 불과함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