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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설

[시민의 눈] 구미시 비전 선포식, 청사진과 현실의 간극

- 비전은 방향을 제시할 뿐,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세부적인 실행력과 끊임없는 소통이 결정한다.

[팩트신문 = 이상혁 기자]

김장호 시장 체제에서 구미시는 여러 차례 비전선포식을 열었다. 그때마다 도시의 미래를 위한 대담한 구상이 쏟아졌다. "50만 인구, 500억 불 수출도시"라는 거대한 목표와 함께, AI와 첨단로봇 융합도시, 탄소중립 선도도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 산업도시라는 슬로건이 발표됐다.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고, 구미는 새로운 길을 약속했다. 현재 2024년 12월, 이 약속의 현실은 얼마나 달성되었는가.

 

우선, 잘한 부분부터 짚어보자. 구미시는 AI와 첨단로봇 산업에 박차를 가하며 제조업 도시에서 기술 중심 도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관련 기업과의 협력 강화,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은 분명 희망적인 변화로 볼수있다. 탄소중립 경제도시로의 전환 또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시의적절한 비전이었다.

특히, 일부 산업 분야에서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실제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한 점은 의미 있는 성과다. 구미가 이끄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는 분명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부족한 점이 훨씬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는 "50만 인구"라는 목표의 허구성이다. 구미의 인구는 현재 40만명 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청년층 유출은 심각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나 정주 여건 개선은 여전히 구체성을 띠지 못했다. 비전선포식에서 이야기한 정주 환경의 혁신은 어디에도 체감되지 않는다. 시민들은 여전히 일자리, 교육, 주거 문제로 인해 도시를 떠나고 있다. 탄소중립 비전 역시 구체적인 로드맵과 성과를 시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단지 목표를 말하는 것으로는 더이상 시민들을 설득할수 없다.

 

더 큰문제는 구미시의 정책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다가갔는가 하는 점이다. 비전선포식의 화려함과는 별개로, 시민들은 여전히 변화가 더디다고 느낀다. 구호는 울려 퍼졌지만, 그 구호가 일상으로 스며드는데는 실패했다. 구미 시민들의 삶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고, 특히 청년들과 젊은 가족들이 체감할만한 변화는 거의 없다. “구미 재창조”라는 슬로건이 시민들에게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구미시와 시민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 우선, 현실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50만 인구라는 비현실적인 수치를 고집하기보다, 청년층 유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AI와 첨단로봇, 탄소중립 같은 미래 지향적인 산업 비전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일상과 직결되는 정주 환경 개선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교육, 문화, 교통, 주거 문제는 단지 산업만으로 해결할수 없는 영역이다. 구미시는 이제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측정 가능한 성과로 답해야 한다.

 

시민들 역시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며 변화를 외면한다면, 도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기회를 놓칠수 있다.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잘못된 점은 비판하며, 필요한 부분은 목소리를 높여 요구해야 한다. 도시의 비전은 시민과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김장호 시장과 구미시는 다시 한번 자신들에게 물어야 한다. 비전선포식이 단지 화려한 이벤트로 끝나기를 원했는가, 아니면 구미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구미가 진정한 "재창조"를 이루려면, 선언에서 행동으로, 구호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는 비전의 잔향을 넘어서야 할때다. 구미가 진정으로 시민들의 미래를 책임지려 한다면, 더 이상 미룰 여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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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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