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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설

2025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이대로라면 국제적 망신만 남을 뿐

- 자원봉사자들 하대하는 구미시의 관행
- 엉망진창 운영, 시민을 기만한 박정희 마라톤대회가 보여준 현실
- 2025년 5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이대로 준비하면 필망(必亡)

[팩트신문 = 이상혁 기자]

2025년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2022년 김장호 시장 취임 후 처음으로 획득한 국제대회이며 구미시가 내세우는 가장 큰 성과중 하나이다.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개최하는 국제대회이며, 서울과 인천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유치된 대형 스포츠 행사다.

 

하지만 대회를 유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회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이다. 지금 구미시가 보여주는 행태라면, 국제적 망신만 자초할 뿐이다. 그 전조는 이미 박정희 마라톤대회에서 드러났다.

 

구미시는 이 마라톤대회를 성대한 행사로 포장하며 5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의 준비 과정으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회 주최측인 구미시, 공동주관인 구미시육상연맹, 구미시체육회, 매일신문사는 오직 겉치레에만 집중했다. 대회를 실제로 운영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처우는 처참했다. 이들이 없으면 대회는 굴러갈 수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무시한 결과, 자원봉사자들은 끔찍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아침도 먹지 못한 시간인 새벽 6시 50분, 화장실도 없는 장소에 집결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근무지에 배치된 후, 경기시작전까지 꼬박 두 시간을 추위와 싸워야 했다. 선수들이 모두 지나간 후에도 한 시간 넘게 길거리에 방치되었다. 집결장소와 더블어 투입 근무지에도 화장실은 없었다. 물 한 병조차 지급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주어진 것은 목이 막히는 카스테라 빵 하나와 오렌지 주스 한 개.

 

근무를 마친 후 제공된다는 식사를 위해 시민운동장으로 향했지만, 차량 통제로 인해 외곽 근무자들은 식사조차 하지 못한 채 허기진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대회 기념품으로 지급된다는 티셔츠 역시 외곽근무자들은 보지도 못했다. 행사 진행을 위한 필수 요소인 운영 시스템은 혼란 그 자체였다. 경기 며칠 전 단체 채팅방에 마구 끌어모아진 자원봉사자들은 누구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담당자 이름도 모르고 현장은 혼란스러웠고, 대회가 끝나자 구미육상연맹 사무실은 텅 비었다. 불만을 접수할 곳도, 피드백을 받을 곳도 없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잘못의 책임을 오로지 기획사에만 떠넘기려는 공동주관사의 태도다. 구미시체육회, 구미시육상연맹, 매일신문사는 자신들이 주관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를 기획사의 미흡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원봉사자 관리부터 현장 운영, 사후 처리까지 모든 과정이 난맥상이었음에도,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기획사가 잘못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대회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이들이, 정작 대회가 끝나자 손을 털고 기획사 탓만 하는 상황을 구미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런 식이라면 5월에 치러질 2025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제대로 운영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자원봉사자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운영 방식이 유지된다면, 이번 대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가 확정적이다. 이번 마라톤대회는 오전만 했지만 5월행사는 일주일 꼬박 운영하게된다. 기대가 되어야하는데 걱정부터 앞선다.

 

자원봉사자 없이 어떤 대회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차라리 온돈주고 용역을 고용하라. 돈한푼 바래지도 않는데 강제수준으로 몇만원씩 주면서 입을 막으며 자원봉사자들을 농락해왔다. 순수한 봉사를 강요할 생각이라면, 최소한 인간적인 대우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차비 던져주듯 대충 몇 푼 던지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착각하지 마라.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함께 맞이하고, 함께 준비할 시민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구미시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다.

 

관행처럼 여겨오던 몇몇 시청부서의 태도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자원봉사자들을 하대하고, 이들의 헌신을 당연시하는 구태의연한 행정이 계속된다면 먼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다. 구미시는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국제대회는 유치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구미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진짜 목표다. 그러나 지금 보여주는 준비 상태라면 구미는 국제적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    

지금 당장 변하지 않으면 2025 구미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는 필망(必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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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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