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신문 = 이상혁 기자]
구미 출신의 김수현 선수가 한국 배구의 명문 구단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으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5-2026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현대건설의 선택을 받은 김수현은 신인의 합류를 넘어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배구 가문의 전통과 구미라는 배구 도시의 정체성이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이다.
김수현의 아버지 김영태씨는 과거 코트를 누빈 선수 출신으로, 현재는 지역에서 청기와 영태네를 운영하며 배구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배구와 가까이 지낸 수현 양은 선주중학교 재학 시절 배구의 길을 꿈꾸며 경남 경해여중으로 전학했으나 두터운 선수층 탓에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고등학교 2학년 때 잠시 배구화를 벗었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전 국가대표이자 지도자로 활약 중인 김세진 감독은 김수현의 신체조건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권유와 설득 끝에 김수현은 한봄고로 전학하며 다시 코트 위에 섰고, 마침내 현대건설이라는 전통의 강호에서 프로 무대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이는 포기와 좌절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선 도전의 서사로 남게 됐다.
183cm의 장신에 비교적 늦게 시작해 몸이 혹사되지 않았다는 점은 김수현의 또 다른 자산이다. 아버지 김영태씨는 “프로 무대에서는 기본기와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으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며 “수현이는 아직 발전 가능성이 크고, 부상 없이 꾸준히 훈련한다면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입단은 한 가문의 성취를 넘어 구미라는 도시에도 깊은 의미를 던진다. 구미는 과거 KB손해보험과 한국도로공사 같은 프로 구단이 연고를 둔 곳이었으며, 30년 넘게 이어온 LG 주부배구대회를 통해 생활체육과 프로스포츠가 공존하던 ‘배구의 고장’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그 명성이 희미해졌지만, 김수현의 현대건설 입단은 구미 시민들에게 다시금 배구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키며, 문화·스포츠 도시로서의 위상을 되찾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김수현의 도전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 지역 스포츠 문화가 어떻게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구미 출신 신예가 명문 구단에 합류한 순간은 한 도시의 희망으로 확장되었고, 한국 여자배구가 또 다른 이야기를 열어가는 출발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