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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현장 점검] 앞줄·축사·기념사진은 늘 선출직.. 행정의 시선부터 시민에게 돌려야

- 기관·단체와 정치권 관계도 점검.. “지들이 좋아서 하는 봉사”라는 안일한 시선도 버려야

[팩트신문 = 이상혁 기자]

구미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장을 다니다 보면 익숙한 장면이 반복된다.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선출직은 앞줄에 앉는다. 내빈 소개와 축사가 이어지고 기념사진의 중심에도 선다.

반면 행사를 준비한 사람, 현장에서 땀 흘린 봉사자와 주민들은 뒤로 물러난다.

 

선출직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행정의 무게중심이 시민보다 선출직을 먼저 바라보고 있지는 않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지역 선출직 모두가 전국적인 인지도나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인사들도 아니다. 그런데 지역 행사장에만 들어서면 때로는 행사의 주인공보다 더 큰 의전과 조명을 받는다.

지역을 대표한다는 이유만으로 시민보다 앞에 서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 돼서는 안된다.

 

전통시장 행사라면 상인이, 체육행사라면 참가자가, 봉사행사라면 봉사자가 주인공이어야 한다.

이런 낡은 의전을 바꾸는 지자체는 이미 늘고 있다.

 

창원시는 내빈 전용 대기석과 의전 도우미, 가슴꽃과 방명록을 없애고 행사장 앞줄을 시민에게 돌렸다. 시장 등 주요 내빈도 시민 사이에 앉도록 했고 축사는 1인당 1분 이내로 줄였다.

 

밀양시는 주요 내빈 수행 인원을 최소화하고 공무원들이 정치인 의전보다 행사 운영과 안전, 시민 안내에 집중하도록 했다. 수상자와 유공자, 시민 대표에게 앞자리와 중앙 좌석을 우선 배치했다. 시 주관 행사뿐 아니라 보조금 지원 행사와 민간단체 행사에도 적용한다.

 

광양시는 한발 더 나갔다. 시장을 국회의원과 시의장 등 기관장 소개가 끝난 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지정석도 최소화했다. 내빈 때문에 행사가 늦어지는 일 없이 정시에 시작하고 축사는 3명 이내, 1명당 3분 이내로 제한하는 원칙을 세웠다.

 

보성군 역시 축사자를 기존 4~7명에서 2~3명으로 줄이고 1명당 1~2분으로 제한했다. 체육행사와 주민 참여 행사에서는 형식적인 개회식 자체를 생략할 수도 있도록 했다.

 

경북의 영주시도 지난 7월 행사 의전 간소화 추진계획을 마련해 자율좌석제를 도입하고 내빈 일괄 소개와 개별 축사 최소화에 나섰다.

다른 지역은 이미 ‘누구를 앞에 앉힐 것인가’부터 바꾸고 있는 것이다.

구미도 돌아봐야 한다.

 

기관·단체와 정치권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공익활동을 하는 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정상적인 행정이지만 시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어느 단체에 얼마가 지원됐고 어디에 사용됐으며 시민에게 무엇이 돌아갔는지 따져야 한다.

 

특히 기관·단체가 특정 정치인의 우호세력이나 정치적 동원망으로 움직이는 일은 없는지도 자료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간 단체별 보조금 지급 내역과 임원 구성, 주요 행사 참석 선출직, 선거기간 공개적인 정치활동을 비교하면 된다. 자료가 말하게 하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짚어야 한다.

아무런 대가 없이 지역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좋아서 하는 것 아니냐”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안일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재난현장으로 달려가는 기름값도 자기 돈이고, 쓰레기를 줍는 시간도 자기 시간이다. 누군가는 생업과 가족에게 쓸 시간을 줄여가며 지역사회를 위해 움직인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결국 행정과 시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할 몫이다.

그들에게는 수행 공무원도, 지정석도, 내빈소개도 없다.

그래도 지역사회는 이런 사람들의 힘으로 굴러간다.

 

공무원은 시장이나 국회의원, 지방의원의 직원이 아니다. 시민 전체를 위해 일하는 공직자다.

선출직 역시 행정의 주인이 아니다. 시민이 일정 기간 권한을 맡긴 사람들이다.

 

이제 구미도 한번쯤 장부를 펼쳐볼 필요가 있다.

민간단체 보조금은 어디로 얼마나 흘러갔는지, 행사장의 앞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갔는지, 시민의 세금으로 열린 행사에서 정작 시민에게 무엇이 남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행사를 열고 시민이 박수를 치는데 선출직만 주인공처럼 비친다면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시민은 정치인의 관객이 아니다.

시민이 주인이고 선출직과 행정이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다른 도시는 이미 그 당연한 순서를 되찾기 시작했다.

구미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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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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