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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설

[칼럼] 조례는 내팽개치고 생색내기에만 바쁜 지방의원의 초라한 자화상

[팩트신문 칼럼= 이상혁 발행인]

지방의회 건물 앞을 지나다 보면 문득 희한한 광경을 본다. 주민 손으로 직접 뽑아놓은 지방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까맣게 잊은 듯 움직인다.

 

그들이 지역 매체나 개인 채널에 자랑스레 올리는 성과라는 것들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동네 배수구를 청소했다거나 고장 난 길거리를 정비했다는 식의 이야기들이다.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는 마음이야 가상하지만, 그런 일은 굳이 주민의 혈세로 세비를 주며 의원 자리를 맡긴 이유가 아니다. 배수구 청소나 소소한 민원 처리는 행정 기관의 담당자나 뜻있는 주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진짜 문제는 본인들이 가진 입법권의 무게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지방의원을 뽑아준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규칙을 조례로 제정하고, 엉뚱한 곳으로 새는 예산을 꼼꼼히 감시하며, 주민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법과 제도로 이를 바로잡는 설계자 역할을 하라고 표를 줬더니, 정작 자신들은 동네 일꾼 노릇이나 하며 생색내기에 바쁘다. 중요한 조례 제정이나 정책 연구에는 까막눈이면서 소소한 봉사 활동 하나 해결한 것으로 대단한 일을 해낸 양 으스대는 꼴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 기가 막힌 장면은 지역 국회의원이 나타났을때 벌어진다. 자기를 직접 선출해 준 주민들 앞에서는 제법 대의기관 행세를 하던 이들이, 국회의원만 나타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뒷바라지하는 수행원으로 변신한다.

 

국회의원 행사장에 줄을 서서 얼굴도장을 찍고,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병풍 노릇을 하는 데 온 에너지를 쏟는다. 다음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속셈이야 모르는바 아니지만, 주민이 준 권한을 스스로 깎아먹으며 정치적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스스로를 낮추고 의원으로서의 존엄을 버리는데 어느 주민이 그들을 지역의 대표로 존중하겠는가.

 

이제라도 지방의원들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자신이 해야할 진짜 일이 무엇인지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 배수구가 막혔다면 관련 부서에 조치하도록 제대로 지적하고, 왜 매번 같은 곳이 막히는지 원인을 파악해 기반 시설을 개선할 조례와 예산을 짜는 것이 진짜 의원의 역할이다. 국회의원의 눈치를 볼 시간에 지역 현장을 파고들어 다른 지역의 우수 사례를 연구하고, 주민들의 삶을 합리적으로 바꿀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의원이라는 직함은 얼굴이나 드러내고 동네를 누비며 생색내라고 준 벼슬이 아니다. 주민의 삶을 바꾸는 제도를 만드는 막중한 권한이다. 소소한 일로 생색내기나 국회의원 수발들기를 당장 멈추고, 입법 기관으로서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스스로 의원다운 품격과 전문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물론 지방의회 무용론이라는 매서운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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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

기본과 상식에서 벗어나면 전부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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