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신문 = 이상혁 기자]
학교 교육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도입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본연의 취지를 잃고 정치 판개로 전락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철만 되면 중립을 지켜야 할 학운위 위원들이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돌변하는 구태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면서, 교육계 안팎에서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배제되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제한을 둔다. 학교운영위원 역시 학부모와 교원, 지역사회를 대변하는 자리인 만큼 고도의 중립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선거 현장의 민낯은 추잡하기 짝이 없다. 일부 학운위 위원장과 위원들은 학교 내부망이나 학부모 단체방을 특정 후보의 공약을 홍보하는 ‘온라인 선거 캠프’로 활용하고 있다. 공식적인 회의가 끝난 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며 은밀하게 지지를 호소하거나,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학부모들을 동원하는 행태는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이 교육감 후보와 학교 현장을 잇는 '브로커' 역할을 자처한다는 점이다. 당선 후 학교 예산 확보나 민원 해결을 미끼로 표를 거래하는 이른바 ‘정치적 야합’이 교육이라는 신성한 울타리 안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학운위의 선거 개입이 심각해지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와 개인의 얄팍한 출세욕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 위원들에게 학운위 경력은 차기 지방선거를 위한 ‘스펙 쌓기’나 지역 유력 정치인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티켓’에 불과하다.
학교의 발전과 아이들의 교육 환경 개선을 논해야 할 회의실이, 특정 후보의 세 과시용 야유회나 선거 대책 회의장으로 오염되는 순간 교육 자치의 근간은 무너진다. 교권 보호, 늘봄학교, 급식 문제 등 산적한 교육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직 '누가 줄을 잘 서서 교육청 예산을 따오느냐'의 천박한 논리만 횡행할 뿐이다.
이 같은 막장극이 매 선거마다 반복되는 것은 선관위와 교육청의 미온적인 태도 탓이 크다. "학부모 개인의 정치적 자유"라는 핑계 뒤에 숨은 조직적 선거 개입을 묵인해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곪아 터진 환부를 도려내야할 때다.
선거법 위반 행위가 적발된 학운위 위원에 대해서는 즉각 자격을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하는 등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 학운위 위원들이 흔드는 그 선거 피켓 뒤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가.
교육을 정치의 시녀로 바치는 행태를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학운위는 '교육 자치의 주역'이 아니라 '교육 망국의 주범'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교육의 가치를 진흙탕에 처박는 부끄러운 개입을 당장 멈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