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신문 = 이상혁 기자]
구미의 성장을 주도하며 이른바 ‘구미 정치 1번지’라 불리는 강동지역. 인동을 비롯한 이 역동적인 도시의 한편에는 시대착오적인 유령이 여전히 배회하고 있다.
바로 외지 출신 정착민들을 소외시키는 지독한 ‘지역 보신주의’와 ‘혈통 우월주의’,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공고한 ‘텃세’다.
지방자치 시대와 글로벌 시대를 외치는 21세기에도 이곳에서는 어디서 태어나고 자랐는지가 여전히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 된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우리 동네에서 나고 자란 아무개”라는 혈통주의 슬로건을 앞세운다. 정작 이 지역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순수 토박이 인구는 5~7% 안팎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단 5%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90%가 넘는 이주민들의 가슴에 ‘타지인’이라는 낙인을 찍는 웃지 못할 촌극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폐쇄적인 분위기는 지역 사회와 단체 활동 전반을 멍들게 한다. 정작 지역 발전을 위해 궂은일, 힘들고 표나지 않는 봉사활동을 도맡아 하는 이들은 타지에서 온 이주민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막상 공을 치하받는 자리나 각종 행사의 가장 빛나는 앞자리는 늘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차지가 되기 일쑤다. 열심히 땀 흘린 사람은 소외되고, 혈통을 선점한 이들이 과실을 독식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필자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구미 인동으로 건너와 32년이라는 세월을 이곳에서 보냈다. 청춘을 바쳤고,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구미의 흙먼지와 함께하며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치열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3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타지인’으로 분류되는 이 기가 막힌 현실 앞에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허탈함과 소외감을 느낀다. 강산이 세번 변할 동안 지역을 위해 헌신했어도 결코 주류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수 없다는 이 차가운 벽은, 비단 필자 한 사람만의 눈물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지역 사랑이 아니다. 본질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편협한 ‘보신주의’이자, 시대에 뒤처진 ‘우월주의’의 발로일 뿐이다. 이제는 이 해묵은 텃세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인구 소멸을 걱정하고 지역 소멸을 논하는 시대다. 새로운 인재와 인구가 유입되어야 도시가 살고 정치가 산다. 먼저 이곳에서 태어나 살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텃세를 부리고 타지인을 배척하는 도시는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태어난 곳은 선택할 수 없지만, 살아갈 곳을 구미로 선택하고 뼈를 묻으려 노력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구미인이다.
이제 강동지역, 나아가 구미 전체가 응답해야 한다. 언제까지 5%의 성벽 뒤에 숨어 다수의 헌신을 외면할 것인가.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땀흘리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대접받는 성숙한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정치 1번지’라는 이름에 걸맞은 당당한 품격이다.












